2026
외로운밤에 그린 작은 드로잉 노트
밤의 종이 한 장이 나를 건졌던 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듯한 밤이 있다. 화면을 끄고 난 뒤, 방 안이 조용해지는 속도에 맞춰 마음이 서서히 무너지는 밤. 몇 해 전, 그런 외로운밤이 반복되던 시기에 책상 모서리에 굴러다니던 영수증 뒷면을 집어 들었다. 검은 볼펜으로 금방 사라질 것 같은 선을 하나 긋고, 다시 하나를 더했다. 그 선들이 어딘가로 모여 작은 컵이 되었다가 식탁이 되었다. 십 분도 지나지 않아 종이 위에 작은 장면 하나가 정착했고, 방 안의 공기가 달라졌다. 그날부터 나는 밤마다 종이와 도구 몇 개를 꺼내는 습관을 들였다. 거창한 작업이라기보다, 잠들기 전 가볍게 하는 양치질 같은 일. 그렇게 쌓인 페이지가 한 권, 두 권 넘어가자 그 노트는 단순한 기록을 넘어서, 외로움이라는 무형의 무게를 눈으로 볼 수 있는 무늬로 바꾸는 도구가 되었다. 작고 가벼운 도구들이 주는 자유 밤 드로잉의 핵심은 문턱을 낮추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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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운밤, 소파 위 담요가 주는 포근함
창밖이 어둡게 잠기고, 집 안의 소리가 갑자기 또렷해지는 순간이 있다. 냉장고 모터가 작게 떨고, 창문 틈으로 드는 바람이 커튼을 흔든다. 친구들과의 술자리를 거절하고 일찍 들어온 금요일 밤이나, 회식이 끝나고 택시 안에서부터 이미 피곤해진 마음으로 서둘러 집에 닿은 수요일 밤. 불을 최소한만 켠 거실, 소파로 몸을 끌고 오며 무심코 덮는 담요 한 장이 만들어내는 온도와 질감의 안도감은 생각보다 크다. 외로운밤이 유난히 길게 느껴질수록, 얇은 직물 한 장이 마음의 체온을 붙잡아 주기도 한다. 나는 직업상 공간과 물건이 정서에 미치는 영향을 자주 다룬다. 실내 온열 환경, 소재가 주는 촉감, 조명의 밝기 같은 요소가 사람의 피로도와 기분을 바꾸는 과정을 수없이 보았다. 그중에서도 소파 위 담요는 비용 대비 효과가 큰 존재다. 난방을 세게 올리기도 애매하고, 침대로 가기엔 아직 이른 시각, 뭔가를 하기엔 기운이 없을 때 담요는 별 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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